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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가을선물 청도반시(淸道盤柹)

바르톨로메오 바르톨로메오
2020-10-15 11:54 2,33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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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미사에 참례하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데 등 뒤에서 가볍게 옷소매를 당기는 사람이 있었다.

앞서 다니던 성당에서 교분을 쌓아 호형호제하며 지냈던 요한보스코형제가 나를 찾아와 아침 미사에 참례했던 것이다.

나는 앞선 성당을 떠난 제가 17년여가 되지만 지금까지도 만남을 이어가는 교우가 여럿 있는데 그중 한 친구가 요한보스코로 나이는 어리지만, 형제요 친구로 지내왔다. 올해 들어 코로나가 심통을 부리는 통에 만남이 뚝 끊겼는데, 7·8개월 만에 나를 찾아온 것이다.

성당 마당으로 내려오니 자기 차에 타란다. 집 앞에 와서는 생뚱맞게 자동차 트렁크를 열더니 예쁘게 포장한 상자 하나를 내민다.

풍성한 가을이 왔는데 드릴만 한 햇과일이 없었다며 고향 명물인 청도반시(淸道盤柹)’ 한 상자를 주는 것이다.

나는 매년 얻어먹기만 했다. 이 친구는 가을만 되면 귀한 농산물을 주곤 하는데 아직도 고향에 농사의 터전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어떨 때는 복숭아’ ‘미나리같은 것을 받기도 했는데, 나눔이 있는 친구라 이런 친구가 옆에 있어 좋기는 하다.

그러나 나는 받기만 했지, 나눌 것이 없으니 나쁜 친구다. 그런데도 우정을 이어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오늘 받은 청도반시는 경북청도 지방의 특산물로 씨 없는 감의 홍시(紅柹)를 말한다. 먹어보니 입에 착착 감기는 찰기가 있는 단맛이었다. 나이 든 사람이 먹기에 좋은 홍시였다.

그러고 보니 내가 나이가 들기는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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