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생명의 말씀 -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마르1,41)(연중 제 6주일)
본문
서울주보 제2327호 2021년 2월 14일(나해)
연중 제6주일
생명의 말씀
유승록 라우렌시오 신부 | 등촌1동성당 주임 겸 17지구장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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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마르 1,41)
예수님 당대의 유다인들은 불치병이나 난치병에 걸린
사람들이 자신의 죄 때문에 벌을 받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
습니다. 나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나병에
걸린 사람들은 제1독서의 내용대로 ‘부정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진영 밖에 따로 살아야’ 했습니다.
만일 다른 사람들이 가까이 지나가게 되면 ‘부정한 사람이오.’
하고 외쳐 사람들이 피해 가게 해야 했습니다. 그들은 마을이나
성전에 들어갈 수 없었고, 어느 누구와도 말을 하거나 접촉해
서도 안 되었습니다.
나병 환자와 접촉한 사람 역시 부정한사람으로 간주되어
성전에서 행해지는 모든 종교의식에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나병 환자 한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갑니다. 타인과의
접촉이 금지된 그가 예수님과 그 일행에게 다가간 것은 목숨을
건 행동이었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말합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는 예수님을 믿고 그분의 능력에 온전히 자
신을 내어 맡깁니다.
같은 내용을 전하는 마태오와 루카복음과 달리 오늘 복
음에는 그 나병 환자를 대하는 예수님의 마음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마르 1,41)
사실 복음서 여러 장면에서 병자들의 고통에 가슴 아파하고
진심으로 그들의 처지에 공감하며 연민의 정을 보이는
예수님을 우리는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찾아온 병자들을 죄인으로 바라보지 않으셨
습니다. 그 나병 환자에게도 깊은 사랑과 연민의 마음으로
예수님은 직접 자신의 손을 내밀어 그를 만지시며 말씀하십니
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하늘이 내린 벌을 받고 있다고 여기던 그 나병 환자를 통해
예수님은 선하신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 보이십니다.
그는 질병에서 벗어나 치유되었고 또한 공동체로 되돌아가
한 인간으로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온전히 삶을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깊은 연민과 사랑은 질병의 치유를 넘어 저주받은
인생으로 간주되었던 그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의 나병 환자는 부끄럽고 흉한 외모, 죄인으로
낙인찍힌 비참한 심정, 다른 사람들과 단절된 고립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으로 예수님께
가서 온전히 그분께 의탁하였습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믿음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당신께 다가오기를 항상 원하고 계십니다. 사랑과 연민의
마음으로 상처와 허물, 죄와 잘못으로 인한 우리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자 하십니다. 예수님만이 진정 우리를 새로
나게 해주십니다. 어떤 인생도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치유될 수 있고 새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오늘 복음은 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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