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허풍쟁이
바르톨로메오 바르톨로메오
2021-02-2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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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도 어제도 종일 답답하고 따분한 시간이다.
노인들의 쉼터인 경로당은 문이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하도 답답하여 교우이면서 선배 어른인 하상바오로 형제를 꾀어 개화 들녘으로 콧바람 쐬려 다녀왔다.
콧바람 쐬는 것도 있었지만 사실은 냉이를 캐기로 마음먹고 작은 호미를 챙겨 들고 의기양양하게 나선 것이다.
밭두렁 논두렁에 이름 모를 풀들이 푸른 잎을 내밀고 있었는데 내가 찾는 냉이는 보이지 않았다.
밭 어귀와 빈 밭에 냉이가 널려 있었던 어린 시절 고향에서의 기억만 믿고 나선 길이었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냉이는 찾을 수가 없고 헛걸음만 하고 말았다.
시골 출신인 내 말만 믿고 따라 왔을 텐데 얼마나 실망이 컸을 까. 나는 허풍쟁이가 되고 말았다.
개화 산 아래 있는 부석마을의 작은 정자나무 밑에서 캔 커피 한잔으로 허탈한 기분을 달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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