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생명의 말씀 - 새로 태어나기 위한 (연중 제33주일)
본문
서울주보 제2257호 2019년 11월 17일(다해)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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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말씀
새로 태어나기 위한
허규 베네딕토 신부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많은 사람들이 종말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언제인지, 또
종말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자 합니다. 성경에서
종말은 두렵고 무섭게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전쟁이나 전
염병, 그리고 하늘에서 일어나는 무서운 일들이 종말을 설
명하는 주된 내용입니다. 종말은 말 그대로 이 세상의 끝을
말합니다. 이 세상은 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종말은 단순
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성
경은 현재의 세상을 고치거나 리모델링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은 사라지고 새로운 세상이 온
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끝을 말하지만 새로운 것, 새로운 세상이 태동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종말의 다른 의미입니다. 성경은 이
것을 우리에게 전하기 위해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
는 생명의 탄생을, 여자의 출산을 염두에 둡니다. 어머니는
새 생명을 낳기 위해 진통의 시간을 겪습니다. 그 고통의
순간이 지나고 이 세상에 새 생명이 태어납니다. 이 자연의
현상은 성경에서 종말을 말할 때 사용됩니다. 모든 것이 새
롭게 되는, 새로운 세상의 시작 전에 어머니의 진통과 같은
고통의 시간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종말입니다. 그렇기
에 종말은 고통스러운 일들이 일어나는 때로 생각합니다.
전쟁이나 전염병의 고통, 박해의 고난, 하늘의 표징들, 가
장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 사이의 갈등이나 분열. 이런 모든
것은 진통의 시간을 나타냅니다. 이 진통의 시간이 지나고
모든 것은 새롭게 되고 새로 태어납니다. 그래서 교부들은
모든 어머니들이 고통의 시간을 넘어 새 생명의 탄생에 기
뻐하는 것처럼 종말 역시 고통을 넘어서는, 새로 태어나는
기쁨을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오늘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연중시기가 끝나가는 이때에 우리가 듣는 종말에 관한
말씀은 새로 태어나는 것을 생각하고 우리의 삶을 돌아보
게 만듭니다. 종말은 미래의 일이지만 지금의 나를 돌아보
게 합니다. 신앙인은 종말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한다면 늘 새로운 생명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의 끝을 넘어 새로운 세상이 있는 것처럼, 죽음을 넘
어 생명이 있는 것처럼, 새롭게 주어질 생명에 희망을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 희망은 우리의 믿음에 바탕을
둡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끝이 아니라 부활하신 것
을 믿는 이들에게 종말은 단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새
로 태어나는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성경은 종말과 함께 희
망을 약속합니다. 시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그 약속은 지금
도 유효합니다. 희망 안에서 기쁨을 누리게 하기 위한 것입
니다. “나의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르리라.” 그리고 그때에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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