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생명의 말씀 - 예수님 제자 됨의 심각성(연중 제23주일)
본문
서울주보 제2247호 2019년 9월 8일(다해) 연중 제23주일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생명의 말씀
예수님 제자 됨의 심각성
박일 알렉산델 신부 | 반포1동성당 주임
제자들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루
카 13,24 참조). 또 하늘나라의 잔치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사람
은 초대하는 목소리에 즉시 응답하고 따라야 합니다. 때문에
새로 구입한 밭을 살펴보는 것도 포기하고, 새로 산 겨릿
소를 부려보는 것도 중단하며, 아내를 맞이하는 것도 그만
두어야 합니다(루카 14,18-20 참조). 예수님과 함께 걷는다는 것,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요?
예수님 제자 되는 첫걸음은 일단 그분을 알고, 그분과
하나 되어, 그분의 뒤를 따르고,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입
니다. 그런데 육체적으로, 물리적으로 그분을 뒤따르기만
하는 것으로 충분할까요?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무엇일
까요?
예수님의 제자가 되고자 따르는 사람은 예수님을 모든
것 위에 모셔야 하며, 다른 모든 것을 그분 뒤에 놓아야 합
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요구를 무서울 정도로 날카롭
고 모순적이며 도전적인 단어를 사용하시어 요약하십니다.
바로 ‘미워하다’, ‘증오하다’라는 단어입니다. 우리가 참으
로 사랑하고 또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는, 우리 존재의 탄
생지요, 성장의 못자리이며, 인생의 가장 가까운 동반자들
인 가족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도 ‘미워하라’
고 하십니다. 당신이야말로 사랑해야 할 단 한 분이시며,
우리들의 단 하나뿐인 동반자요, 생명의 유일한 근원이라
고 주장하시는 것입니다!
‘미워하라’는 뜻은 여기서 의도적으로 뒤에 놓으라는 뜻
이요, 둘째 자리에 놓으라는 뜻입니다. 그 어떠한 경우라도
예수님을 첫째 자리에 모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자들에
게 예수님께서는 아주 예외적으로, 다른 그 어떤 것과도 똑
같을 수 없이 크신 분이십니다. 그분 외에 다른 모든 것들
은 그림자에 불과한 그런 분이십니다. 오직 그분 안에만 구
원이 있습니다(사도 4,12 참조). 그리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
면, 예수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
야 합니다. 그리고 십자가를 지는 사람은 생명을 잃는 것은
물론 명예도 잃고, 그 사람이 이 세상에 남긴 그 어떠한 것
도 원래 없었던 것처럼 완전히 지워지는 운명도 받아들여
야 합니다. 예수님 제자가 되기로 결심한 사람은 본질적으
로 사람들이 대단히 거북하게 여기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
는 가운데 자신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을 수행할 준비가 되
어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쉬운 길이 아니니, 예수님께서는 탑을 세우는 사
람, 다른 임금과 전쟁하게 된 임금의 예를 들면서, 일시적
인 열광과 제 나름의 미래를 그리며 섣불리 따라나서지 말
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자기 전부를 걸어 완전히 헌신하는
자세로, 죽을 각오로 온갖 어려움을 이겨, 결국에는 참 평
화와 영광을 얻도록 하라는 당부를 하십니다.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