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생명의 말씀 - 순교자들을 기억하며(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본문
서울주보 제2249호 2019년 9월 22일(다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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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말씀
순교자들을 기억하며
최승정 베네딕토 신부 | 가톨릭교리신학원 원장
오늘은 김대건 안드레아와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
자들을 기억하는 대축일입니다. 본래 그 대축일은 9월 20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축일 미사를 주일로 옮겨 드릴
수 있습니다. 대축일을 맞이하여 우리가 읽는 첫째 독서는
지혜서 3장의 말씀입니다. 여기서 지혜서의 저자는 의인들
의 고통에 대해 설명합니다. 지혜서의 ‘의인’이란 율법에 충
실한 이들을 말합니다. 헬레니즘 제국들은 유다인들에게
제국의 종교를 따를 것을 명령하지만 유다의 의인들은 그
에 불복하고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데, 지혜서는 그들이 고
통 중에 파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이야말로 불사의
희망과 평화를 누리고 있다고 역설합니다.
둘째 독서인 로마서 8장은 매우 감동적인 어조로 그 어떤
것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없고, 하느님
의 사랑에서 떼어놓을 수 없음을 선언합니다. 그 사랑
안에서 그리스도인은 모든 것을 이겨내고, 모든 것을 넘어
설 것이라고 바오로는 확신합니다. 이렇게 그는 그리스도
인들이 겪는 현재의 고난과 종말의 영광을 대비시키며, 하
느님의 종말론적 영광에 참여하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의 궁
극적인 희망, 곧 구원임을 설명합니다.
오늘 복음인 루카복음에서 9장에서 예수는 자신의 수난
과 부활을 처음으로 예고합니다. 그리고 뒤이어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
고 나를 따라야 한다”라고 가르칩니다. 여기서 루카는 특
별히 ‘날마다’라는 표현을 삽입함으로써 일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마태 16,24과 마르 8,34에는 ‘날마다’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종말이란 어떤 특정한
미래의 사건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이 날마다(!) 살아가야 할
종말론적 현재라는 루카의 신학이 드러납니다.
순교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목숨을 바쳐 신앙
을 지켜내는 행위라고 정의합니다. 그런데 순교에 해당하
는 라틴말 martyrium의 일차적 의미는 ‘증거(testimony)’
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적 관점에서 넓은 의미의 순교란
예수를 그리스도로 증거하는 모든 생각과 말과 행위를 뜻합
니다. 이미 8세기의 아일랜드 강론집(Cambrai Homily)에서는
적색순교, 백색순교, 녹색순교가 언급되었는데, 이에 대해
오늘날의 신학자들은 백색순교를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봉
헌된 삶으로, 녹색순교를 세상 안에서 예수를 살아가는 그
리스도인들의 삶으로 이해합니다(생태신학적으로 재해석해
본다면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존하는 삶으로 녹색순교를
알아들을 수 있겠습니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은 그 순교의 삶으로 우리 그리스도
인들을 다시 한 번 초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 말씀을 듣고 성체를 모시며 그 초대에 “예”라고 응답합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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