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생명의 말씀 - 새롭게 시작하는 (연중 제29주일.전교주일)
본문
서울주보 제2253호 2019년 10월 20일(다해)
연중 제29주일(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전교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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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말씀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허규 베네딕토 신부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복음서를 말할 때, 흔히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담은
책으로 표현합니다. 다양한 활동과 가르침은 우리에게 예
수님의 모습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복음서는 단순
하게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엮은 것만은 아닙니다. 문학
적으로도 복음서는 가치가 있습니다. 마치 하나의 문학작
품처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짜임새 있게 예수님을 표현합
니다. 그렇기에 복음서마다 차이가 있고 이것이 그 복음서
의 특징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은 마태오 복음서의 마
지막 부분입니다. “열한 제자는 갈릴래아로 떠나 예수님께
서 분부하신 산으로 갔다.”
갈릴래아. 우리에게 친숙한 지명입니다. 모든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갈릴래아에서 시작하셨다고 전합니
다. 가장 먼저 요한 세례자에게 가서 세례를 받으시고 광야
로 나가 유혹을 받으셨으며, 갈릴래아 호수 근처에서 복음
을 선포하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곳에서
첫 제자들을 부르십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다양한 활동을 시작합니다. 갈릴래아는
이렇게 예수님의 활동을 특징짓는 장소가 됩니다.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산. 이 산이 정확히 어디인지 알
지 못합니다. 다만 마태오 복음에서 언급하는 산 중에 하나
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악마는 다시 그분을 매우 높은 산
으로 데리고 가서”(마태 4,8) 세 번째로 유혹합니다. 흔히 유
혹 산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마태오 복음에 처음 등장하는
산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군중을 보시고 산으로 오르셨다.”(마태 5,1)
산상 설교의 첫 부분에도 산이 등장합니다. 예수님은 마치
십계명을 선포하던 구약의 모세처럼 산에서 군중들에게 새로운
가르침을 전합니다. 예수님은 일부 제자들과 함께 ‘산에’
오릅니다(마태 17,1). 그리고 이곳에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십니다. 이 중에 어느 산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유혹이나 산상 설교나 거룩한 변모 사건 역시 모두 갈릴래아
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라는 사명을
주십니다.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세례를 베풀
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하라는 사명입니다. 제자들을 온
세상으로 파견하는 모습은 제자들이 부르심을 받았을 때
의 모습과 겹쳐집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불러 함께 복
음을 선포한 것처럼 이제 제자들은 그들이 듣고 배운 복음
을 온 세상에 선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활동에 예수님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고 약속합니다. 제자들의 부
르심, 그리고 부활한 예수님을 선포하는 제자들의 사명은
모두 갈릴래아에서 이루어집니다.
갈릴래아는 제자들이 처음으로 예수님을 만나고 따랐던 장소
입니다. 이제 그곳에서 새로운 사명이 시작됩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들은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그분이 하셨던 것처럼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그들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게 할 사명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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