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생명의 말씀 - 하느님의 심판(연중 제 30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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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주보 제2254호 2019년 10월 27일(다해)
연중 제30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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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말씀
하느님의 심판
최승정 베네딕토 신부 | 가톨릭교리신학원 원장
오늘의 첫째 독서에서 집회서의 저자는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설명합니다. 무엇보다도 하느님은 차별하지
않는 ‘심판자’라고 설명하는데, 그것은 하느님이 가난한 이
와 고아와 과부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차별하지 않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집회 35장뿐 아니라 구약 전반에 걸쳐
하느님은 약자들을 돌보시는 분으로 일관되게 나타나며,
구약의 율법은 바로 그 점을 하느님의 거룩함과 연결합니다.
나아가 사회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에게 행해지는 불의
와 폭력에 침묵하던 이스라엘의 제물에 하느님은 기뻐하
지 않으신다고 예언자들은 반복하여 경고합니다.
둘째 독서인 2티모 4장에서 바오로는 자신의 삶을 하나
의 봉헌으로 이해합니다. 지혜서의 저자처럼 바오로 역시
하느님을 심판관으로 알아듣습니다. 바오로의 현실은 암울
했습니다. 세속적 재판의 상황에서 아무도 그를 거들어 주
지 않았고 모두가 그를 저버렸지만, 그는 오히려 더 큰 희
망과 기쁨에 대해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의로운 심판관’이
신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의로움의 화관’을 주실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복음 루카 18장은 어느 바리사이와 세리의 기도를 대비
시켜 전합니다. 스스로 의롭다고 자신하는 바리사이의 감
사 기도와 가슴을 치며 회개하는 세리의 기도를 들으신 하
느님께서 누구를 의롭다고 하실지에 대한 예수의 대답은
아마도 당시의 청중들에게는 충격적이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바리사이와 세리는 그 시대에 사람들이 실제로
대면하며 살았던 사람들이었는데, 세리들은 이스라엘 백성
들의 증오의 대상이었고, 바리사이들은 백성들의 존경을
받던 이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바리사이들은 율법에 가장
충실한 이들이었기에 당연히 가장 의로운(!) 사람들로 여겨
졌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의 자만과 타인을 향한 우
월감을 지적하십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는 복
음사가는 그리스도 공동체가 지녀야 할 겸손과 섬김의 자
세를 강조합니다.
오늘날 몇몇 윤리신학자들은 천국과 지옥이 서로 다른
장소가 아닐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느님 나라란 모든 이가
형제자매로서 서로를 아끼고 돌보는 곳이며, 모두가 자유
롭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곳인데, 많은 이들에게 그곳은 더
할 수 없이 기쁘고 행복한 나라이겠지만, 특권과 혜택이라
는 우월함을 누리기 위해 돈과 권력을 좇던 이들에게는 견
디기 힘든 곳일 것이라고 그들은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하
느님 나라가 곧 하느님의 심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
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하느님 나
라를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나눔과 섬
김의 삶을 연습하며, 사회적 약자들, 소수자들 그리고 소외
된 이들과의 연대를 기쁘게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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