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생명의 말씀 - 소유욕에 기울기보다 존재로서의 삶을 (연중 제18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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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주보 제2241호 2019년 8월 4일(다해) 연중 제18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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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말씀
소유욕(所有慾)에 기울기보다 존재(存在)로서의 삶을
구요비 욥 주교 |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寄生蟲)을 보신 분들의 소감
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며칠
동안 마음이 얼얼하고 슬펐습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 특별히 가진 사람들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삶과 그 조건이 대물림으로 고착화되어가는
현실에 대한 냉정한 성찰과 묘사로 보여집니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라는 책에서 인간 삶의
형태에는 소유적(所有的) 실존의 삶과 존재적(存在的) 실존
의 삶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소유적 실존의 삶이란 원하
다(vouloir), 알다(savoir), 가지다(avoir)를 추구하는 삶을 말
합니다. 이에 반하여 존재적 실존의 삶은 원하지 않는 것
(non vouloir), 알려고 하지 않는 것(non savoir), 가지려고 하지
않는 것(non avoir)을 추구하는 삶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존재적 실존의 삶은 중세의 신비가 마이스터 에
크하르트가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느님의 나
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해
설한 것을 저자가 인용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를
통하여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
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카 12,15)라고 강조하십니다. 예수님은 이 부자의 어
리석음을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
러하다.”(루카 12,21)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는 건강, 우정, 사랑, 생명 등이 있는데, 특히 죽음 앞에서
인간의 유한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그래서 생명은 인간의
노고(勞苦)의 결실인 재화(財貨)로 살 수 없는 하느님의 선물
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죽었고, 여러분의 생명은 그리스
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콜로 3,3)
하느님이 생명의 주인이시라는 신앙고백에서 그분은 또
한 만사(萬事)를 지배하고 다스리심이 드러납니다. 그래서
우리 인간의 모든 지혜와 능력도 나의 것이 아니라 다 하느
님이 주신 선물입니다.
하느님이 주신 이 능력들로 물질적인 부(富)까지도 마련
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빵 없이는 살 수 없지만 빵 만으로
살 수도 없는 존재입니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늘 사랑
으로 돌보아 주시는 하느님의 자녀들로서 소유욕에 기울기
보다 존재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인간의 가치는 무엇을 가졌느냐에 있지 않고 어떤 인간
이냐에 있는 것이다.”(사목헌장 35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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