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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생명의 말씀 - 빵과 포도주(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9-06-27 19:55 2,32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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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주보 제22352019623(다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생명의 말씀

 



빵과 포도주

최승정 베네딕토 신부 | 가톨릭교리신학원 원장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에 교회는

첫째 독서로 창세 14,18-20을 읽습니다. 그리고 거기

에서 멜키체덱이라는 인물을 만납니다. 그는 살렘 임금이

며 동시에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사제입니다. 그는 승전

하고 돌아오는 아브람에게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옵니다.

그리고 아브람을 축복합니다. 멜키체덱이라는 이름은

창세기에서 더 이상 언급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그가 구약에서 사제라고 불리는 첫 인

물이기에 멜키체덱이라는 이름은 유다 전통에 깊이 각인되

었던 것 같습니다. 시편 110,4는 멜키체덱을 영원한 사제

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그 시편을 알고 있던 히브리서의 저

자는 7장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영구한 사제직을 멜키체덱

과 연결하여 설명합니다.

 



오늘의 둘째 독서인 1코린 11,23-26에서 예수님은 (마치

멜키체덱처럼) 제자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주시며 그들

에게 축복의 말씀을 내립니다. 그 축복과 함께 빵과 포도주

는 예수님의 몸과 피가 됩니다. 아브람을 위해 준비되었던,

그리고 예수님이 제자들과 나누었던 빵과 포도주는 물질적

인 실재입니다. 하지만 멜키체덱과 예수님을 통해 빵과 포

도주라는 물질적 실재에 하느님의 축복과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이 더해집니다. 참으로 놀라운 성과 속의 만남입니다.

 



생태신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빵과 포도주는 하느님의

창조로부터 비롯된 자연의 선물인 동시에, 인간 노동의 결

과이기도 합니다. 하느님 은총과 인간의 활동이 만나고 거

기에 교회의 신앙이 더해지면서 성체성사라는 큰 신비가

완성됩니다. 인간과 자연 그리고 하느님이 작은 빵 한 조각

과 포도주 한 모금에 함께 담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성

사를 통해 교회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

을 먹이셨던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갑니다. 세상은 우리에

게 할 수 있는 한 많이 자신의 창고에 쌓아두고 소유하라고

속삭이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그리스도인은 나눔을

통해 우리가 더 풍요로워진다는 그의 신비로운 가르침을,

인간은 소유를 통해서가 아니라 존재를 통해서 행복에 이

른다는 깨달음을 이미 살아가고 있습니다.

 



2018년 성체 성혈 대축일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다음

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생명의 양식인 그리스도의 몸과

피만이 사랑에 굶주린 마음을 채워줄 수 있습니다.” 하느

님을 향한 배고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그리움, 생태계

의 평화에 대한 목마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위한 연

대의 갈망이 성체와 성혈로 채워지고, 그렇게 충만해진 교

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원하셨던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로

거듭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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