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생명의 말씀 - 몸과 마음을 다하여(연중 제16주일 : 농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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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주보 제2239호 2019년 7월 21일(다해)연중 제16주일(농민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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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말씀
몸과 마음을 다하여
허규 베네딕토 신부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성경은 우리를 생생한 이야기 속으로 초대합니다. 여러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과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입니
다. 성경에서 전하는 이야기들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그 안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들입니다. 단지 하느님과 예수님
만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과 특징을 가진 인물들 역시 성경을
통해 만나게 되는 보화입니다. 그리고 우리와 닮았기에
그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됩니다.
오늘 우리는 복음에서 마르타와 마리아 자매의 짧은 이
야기를 듣습니다. 다른 복음서에는 없는, 루카복음만이 전
하는 내용입니다. 요한복음은 라자로의 소생에 대해 언급
하면서 라자로와 마르타와 마리아가 살고 있던 동네가 예
루살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베타니아라고 소개하고
(요한 11,1) 예수님께서 그들을 사랑하셨다고 말합니다(요한
11,3). 복음서가 많은 내용을 전하지는 않지만, 이들은 분명
예수님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마르타는 활동하는 사람의 대표입니다. 중요한 손님들
을 초대한 자리에서 그들에게 최선을 다해 봉사하는 모습
입니다. 이런 마르타를 잘 표현하는 것은 봉사(디아코니아)라
는 용어입니다. 반면에 마리아는 주위의 어수선함이나 분
주함에 동요되지 않고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 있습니다. 그
리고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렇기에 마리아는
기도하는 사람의 대표이고 그녀를 표현하는 것은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이런 마리아가 “좋은 몫을 선택”했다는 예
수님의 말씀은 초대교회에서부터 기도와 관상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으로 이해되었고 교부들과 많은 영성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봉사와 기도. 신앙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두 가지입니
다. 그리고 이것은 서로 구분될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봉사하는 것 없이 기도만 하는 것도, 기도하는 것 없이 활
동에만 몰두하는 것도 바른 처신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
쩌면 마르타와 마리아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교회와 신
앙인을 나타내는 하나의 표상일 수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
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기도가 바탕이 되지 않는 봉사는
쉽게 공허해집니다. 반면에 구체적인 삶으로 드러나고 실
천되지 않는 기도는 없습니다. 성경에서 주님의 말씀을 듣
는 것은 단지 귀로 듣는 것을 말하지 않고 삶을 통해 실천
되는 것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겐, 모든 신앙인에겐 마르타와 마리아의 모습이
모두 필요합니다. 물론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주님의 말
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기도에 바탕을 둔 봉사와 봉
사를 통해 표현되는 기도의 모습은 신앙인들에게 필요한
덕목입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베네딕토 성인의 모토
가 있습니다. “기도하고 일하라.” 오늘 복음과 잘 어울리는
말씀입니다. 어쩌면 예수님께서 오늘 이렇게 말씀하고 계
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도하고 봉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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