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생명의 말씀 - 자비와 용서의 힘(사순 제 4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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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주보 제2223호 2019년 3월 31일(다해) 사순 제4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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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말씀
자비와 용서의 힘
김현진 토마스데아퀴노 신부 | 해외선교(과테말라)
2년 전 본당에 새로 부임하였을 당시, 사제관에 도둑이
몇 차례 들어 그 이후 CCTV를 설치하고 지붕에 철조망을
달았습니다. 몇 차례 사제관을 비울 일이 있었음에도 다행
히 특별한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의심이 가는
사람도 있었고 제보도 있었지만, 모든 것을 뒤로하고 도둑
의 회개를 위해 그리고 훔친 돈을 정말 필요한 곳, 주님의
뜻에 맞게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기도를 드렸고 그러한 용서
로써 그 사람을 제 마음속에서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복사 아이가 면담을 청하더니 본인이 바
로 그 도둑이었다고 울면서 용서를 구했습니다. 이미 1년
반이 지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의 마음속에는
그날 저지른 잘못이 마음 깊이 남아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날 이후, 마음이 너무나 아프고 괴로웠다고 말하기에 이제
너의 손을 주님의 뜻대로 잘 사용하자고 이야기해 주며 꼭
안아주었습니다.
그 아이는 그날 이후 더 열심히 본당에서 봉사하며 복사
단도 졸업하고 현재 또 다른 봉사를 하며 신앙생활을 잘하
고 있습니다. 활기찬 모습으로 기쁘게 지내는 그 아이의 미
소를 보며, 새로운 삶을 가져다주는 용서와 자비의 힘이 얼
마나 큰지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되찾은 아들’의 비유를 통해 자비로우신 아버지 하느님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분명 아버지는 아들이 집
을 떠나는 그 순간 인간적으로 속상함에도 불구하고, 자비
로운 마음으로 아들을 이미 용서하였을 것입니다. 그렇기
에 아들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곧
바로 아들을 향해 달려갈 수 있었고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안아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그러한 아버지의 자비와
용서가 ‘죽었던 아들을 다시 살아나게’(루카 15,24 참조) 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는 힘이 있습니다. 그 힘
은 죽음을 생명으로 변화시키는 놀라운 은총의 힘입니다.
그리고 그 은총을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나누고자 초
대하십니다.
특별히 회개와 보속의 사순 시기를 보내며, 자비와 용서
의 체험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자비로
운 마음으로 우리를 용서해주시고 안아주시는 예수님처럼,
우리 역시 우리 삶 안에서 그 자비와 용서를 실천할 수 있
다면 그 사랑을 통해 죽음이 생명으로 바뀌는 기적을 직접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늘 ‘죄인들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음식을 드신’(루카 15,2) 예수님의 자비로운 마음과 용서
의 손길을 이웃들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말없
이 안아주는 용서의 마음은 분명 죄로 인해 마음이 아픈 이
에게 새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줄 것이고, 또 다른 용서의
나눔으로 계속해서 이어질 것입니다.
은총의 사순 시기에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뿐만이 아니라 예수님의 자비와 용서
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신앙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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