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생명의 말씀 - 하나의 길에서(부활 제5주일)
본문
서울주보 제2230호 2019년 5월 19일(다해) 부활 제5주일
생명의 말씀
하나의 길에서
허규 베네딕토 신부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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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의 하느님 백성들이 하느님을 구체적으로 체험
한 사건은 이집트 탈출과 광야생활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그들은 하느님을 ‘함께 있는 분’으로, 그들을 해방시키
고 이끄는 분으로 이해합니다. 40년간의 광야생활 동안 수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시나이산에서 맺은 계약은 하느님의
올바른 백성이 되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이 계약의 중심은
하느님께서 직접 쓰셔서 모세를 통해 백성에게 전해 준
십계명입니다. 열 개의 계명은 지켜야 할 의무이기도 하지
만, 하느님의 뜻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자로 전해주
었다는 의미도 갖습니다. 십계명 안에 담긴 것은 백성을 위
한 하느님의 뜻입니다. 그렇기에 계명을 충실히 지키는 것
은 하느님의 길을 걷는 가장 바른 방법으로 여겨졌고 어렵
지 않게 이런 내용을 구약성경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십계명은 크게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세 계
명은 하느님과 백성 사이에 필요한 것을, 그리고 나머지는
백성 사이에서 필요한 것을 규정합니다. 하느님과 인간 상
호 간의 계명인 셈입니다. 이것을 지키는 것이 벅찼던 걸까
요? 예수님은 이 계명을 요약해서 우리에게 전해 줍니다.
수난이 머지 않은 때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가장 큰 계명
을 주십니다. ‘모든 것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흔히 황금률이라고도 부
르는 이 계명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님께서 남겨주신 유
일한 계명입니다.
오늘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계명을 이렇게 전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
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얼핏 보면 열 개에서 두 개로, 두 개
의 계명에서 하나로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은
예수님의 삶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
어 함께한 사랑,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마련해 주고 그
들이 하느님을 믿고 따르도록 이끌어 준 사랑, 고통 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어준 사랑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
아 보입니다. 더욱이 그 사랑의 실천을 통해 제자라는 것이
드러날 것이라는 말씀 역시 개인의 삶을 생각해 보면 너무
먼 얘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결국 광야의 십계명에서 예수님의 계명에 이르는 길은
하나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하느님의 사랑을 본받아 실천
하는 길입니다. 우리보다 먼저 하느님의 사랑이 있고, 그
사랑을 받아들여 그대로 살아가는 길입니다. 시대에 따라
표현은 다를 수 있지만, 우리의 실천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
님의 사랑은 시대의 구분이 없습니다. 그것이 하느님께 드
릴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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