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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생명의 말씀 - 저 높은 곳을 향하여(연중 제 6주일)

프란치스코
2019-02-17 11:02 2,497 0

본문

서울주보 제22172019217(다해) 연중 제6주일


 

생명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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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높은 곳을 향하여

            허규 베네딕토 신부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 바람, 하느님, 그리고 나>, 김정훈 부제를 기리는 유고집

의 제목입니다. 산을 유난히 사랑했던 김정훈 부제의 안타까운

죽음 이전에 산장에 남긴 본인의 글이기도 합니다.

산은 성경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로,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장소로 표현됩니다. 그렇기에 산은 기도의 장소이기도합니다. 아마도

평지보다 높은 곳이기에, 하늘에 가까운 곳이기에 이런 생각이 자리

잡았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산에 오르신 이유 역시 기도하시기

위해서입니다.

 


루카복음은 다른 복음서에 비해 예수님께서 기도하셨다는 것을 많이

언급합니다. 특별히 중요한 순간들에 앞서 예수님은 하느님께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세례 후에 당신의 공생활을 앞두고 기도하셨고

(루카 3,21 참조) 제자들을 부르실 때에도(루카 6,12 참조) 그리고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에서도 기도하셨다고 전합니다.(루카 9,28 참조)

잘 알려진 겟세마니에서의 기도 역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이라는

결정적인 사건을 준비하는 시간이었습니다.(루카 22,41-42 참조)

 


산에서 기도하신 후에 내려오신 예수님은 제자들을 향해 말씀하십니다.

행복하여라!” 또 말씀하십니다. “불행하여라!” 흔히 행복과

불행선언이라고 부르는 루카복음의 말씀은 사실 똑같은 내용의

반복입니다. 내용을 짝지어 보면 이렇습니다. 가난과 부유함, 굶주림과

배부름, 우는 것과 웃는 것 그리고 박해와 칭찬입니다. 가난하고 믿음

때문에 박해를 받으며, 지금 굶주리고, 지금 슬퍼하는 이들은 행복

합니다. 반면에 부유하고 칭찬을 들으며, 지금 배부르고, 지금 웃는

이들은 불행합니다.

 


행복과 불행.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생각과는

정반대의 내용입니다. 불행하다고 표현되는 이들은 실상 지금 행복한

이들입니다. 그들에겐 부족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모든 것이 채워지고

다른 이들에게 칭송을 받으며 지금 세상에서의 삶 역시 만족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행복한 이들은 지금 여기에서 불행한 이들입니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부족합니다. 재물도 칭찬도 음식도 부족합니다.

 


심지어 그들은 웃음으로 표현되는 기쁨 역시 부족합니다. 행복과

불행선언은 비움과 채움에 관한 말씀처럼 들립니다. 행복한 이들은 지금

부족한, 그래서 하느님께서 채워 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불행한 이들은 지금 풍족하고 만족한 삶을 사는, 하느님께서 채워줄

것이 별로 없는 사람들입니다. 너무나도 역설적이지만 부족하고

채워지지 않은 이들이 행복합니다.

 

하느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하느님께서 채워주시기를 고대하는 사람들, 세상의 것보다 하느님을

바라는 사람들, 지금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될

그날을 희망하는 사람들, 이 세상에서 용기 있게 믿음을 실천하는

사람들, 그들은 행복합니다. 세상의 행복이 아닌 하느님께서 주시는

행복입니다. 이것이 신앙인들의 참된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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