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생명의 말씀 - 사울과 다윗, 첫째 인간과 둘때 인간, 이웃 사랑과 원수 사람(연중제 7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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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주보 제2218호 2019년 2월 24일(다해) 연중 제7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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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말씀
사울과 다윗, 첫째 인간과 둘째 인간,
이웃 사랑과 원수 사랑
최승정 베네딕토 신부 | 가톨릭교리신학원 원장
다윗은 베들레헴 사람 이사이의 여덟 아들 중 막내입니다.
하느님은 사무엘 예언자를 보내 그에게 기름을 붓게 하였고,
(사울을 떠난) 하느님의 영은 다윗에게 머무르게 됩니다.
그리고 비파를 잘 타던 다윗은 사울의 시중을 들게 되는데,
다윗이 비파를 타면 사울을 괴롭히던 악령이 물러갔기 때문에
그는 사울의 특별한 사랑을 받게 됩니다. 다윗은 비파만 잘 탔던
것이 아니라 무릿매질도 잘했습니다. 그는 필리스티아 투사
골리앗을 돌멩이 하나로 제압합니다. 그 후 다윗은 군대를 이끌고
여러 전쟁에서 승리를 거둡니다.
그런데 다윗이 큰 승리를 거듭 거두면서 백성들은 그를 칭송하게
되고,
“사울은 수천을 치고 다윗은 수만을 쳤다네!”
라는 노래까지 나오게 됩니다. 결국 사울은 다윗을 두려워하여
그를 죽이려 합니다. 하지만 사울의 아들 요나탄과 사울의 딸
미칼의 도움으로 그는 목숨을 건집니다.
다윗은 사울을 피해 필리스티아로 가서, 그곳에서 작은 무리의
우두 머리가 됩니다. 그렇지만 사울은 기회가 될 때마다 다윗을
쫓고 그를 죽이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다윗은 오히려 사울을
죽일 기회를 얻기도 하는데, 먼저 엔 게디의 한 동굴에서 다윗은
사울을 죽일 수 있었습니다(1사무 24장 참조).
그러나 그는 사울의 겉옷 자락만 몰래 자르고 죽이지는 않습니다.
오늘 독서를 보면 다윗은 하킬라에서 다시금 사울을 마주합니다.
다윗은 이번에도 잠든 사울을 죽이지 않고 창과 물병만을 가지고
나옵니다.
다윗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왜 사울을 죽이지 않았을까요?
사무엘기 상권 24장과 26장에서 다윗은 부하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사울은 ‘주님의 기름부음받은이’이기에 그에게 손을
대거나 해쳐서는 안 된다고 다윗은 반복하여 말합니다. 이를 통해
주님을 경외하는 다윗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바로 이것이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이상적 임금으로 다윗이 칭송
받는 이유라고 사무엘기의 저자는 말하는 듯합니다.
오늘의 첫째 독서가 사울과 다윗을 대조하고 있다면, 오늘의 둘째
독서는 첫째 인간과 둘째 인간을 대조합니다. 우리가 흙으로 된
첫째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왔다면 이제 하늘에 속한 둘째 인간의
모습도 지니게 되었다고 바오로는 가르칩니다.
오늘의 복음에서도 이러한 대조는 역시 계속 됩니다.
루카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원수 사랑을 명령합니다. 이는 유다
전통이 가르쳐 온 이웃사랑을 넘어서야 한다는 복음적 요청입니다.
이렇듯 이번 주일 독서와 복음은 우리에게 하나의 갈림길을 보여
줍니다. 단지 우리가 익숙하게 살아온 전통에 머무를지, 아니면
복음이 선포하는 새로운 요청에 응답하며 수고로운 삶을 살아갈
지, 흙으로 된 옛 인간의 모습에 머무를지, 아니면 하늘에 속한
새로운 인간을 따라 십자가와 함께 살아갈지, 권력을 쫓는 사울의
모습으로 살아갈지, 아니면 주님을 경외하는 다윗의 모습으로 살
아갈지…. 연중 제7주일,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하며 살아가게 될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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