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생명의 말씀 - 가정 좋은 것을 위하여(연중2주일)
본문
서울주보 제2213호 2019년 1월 20일(다해) 연중 제2주일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생명의 말씀
가장 좋은 것을 위해서
허규 베네딕토 신부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있었던 예수님의 첫째 표징은 흔히 물을
포도주로 만드신 이야기로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셨다는 것이, 예수님의 그런 능력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
같습니다. 성경에서 포도주를 찾아보면 구약에서 141번, 신약에서
34번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생각보다 많이 포도주를 언급
합니다. 포도나 포도주는 이스라엘의 특산품 중에 하나로 꼽힐
만큼 중요한 것이었고 하느님께서 주시기로 약속한 가나안 땅의
비옥함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했습니다.(민수 13,23 참조)
일상에서 음용하던 포도주는 다양한 의미로 성경에서 사용됩니다.
그릇된 이들의 못된 행실을 비유적으로 나타내기도 하고(이사 8,7 참조)
제사에서 바치는 제물이나 봉헌의 의미로도 사용되며(레위 10,9
참조) 하느님의 심판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사 49,26 참조) 포도주는 무엇보다 구약성경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기쁨과 풍족함을 나타내며 이것은 종말의 기쁨을 표현할
때에도 사용됩니다.
“물독에 물을 채워라.” 혼인잔치의 이야기는 예수님의 이 말씀과
함께 표징으로 바뀝니다. 특별히 “정결례에 쓰는 물독”은 표징의
의미를 아주 잘 드러냅니다. 이스라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정결례는 유다인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대표적인 조상들의 관습
입니다. 이 물독에 새롭게 물을 채운다는 것은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것이고, 이 시대는 종말을 향한, 구원의 완성을 향한
시간입니다. 이 시간은 물을 채우도록 하는 예수님과 함께
시작되는 셈입니다. 예수님은 좋은 포도주 같은 기쁨을 선사하는
분으로, 구원의 기쁨을 미리 맛보게 하는 분으로 사람들에게
드러납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에는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있습니다.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걱정하는 것도, 이것을 예수님께
알리는 것도, 그리고 일꾼들에게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도록
당부하는 것도 모두 마리아의 몫입니다.
특히 마리아는 예수님의 부정적인 답변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묘사됩니다. 마리아는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의 활동에 함께 하는 분으로,
예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탁월한 조력자로 표현됩니다.
“예수님의 어머니도 거기에 계셨다.”(요한 2,1)
마리아는 단지 예수님을 이 세상에 낳으신 분만이 아니라 그분의
활동에서도 어머니로서 역할을 다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걱정하고, 예수님께 청하고, 예수님께서 표징을 일으킬 수 있도록
준비하며, 표징을 통해 제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돕는 분이 바로
성모님입니다.
표징은 믿음으로 이끌어 줍니다. 예수님께서 누구이신지 알려주는
이 사건은 믿음을 위한 것입니다. 믿음을 통해 예수님과 함께
시작되는 새로운 구원의 시간을 살아가라는 복음서의 초대입니다.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