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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교황 프란치스코의 2023년 4월 기도지향 성찰문

프란치스코
2023-04-03 16:13 2,02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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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4월 교황님 기도지향 성찰문 - 김민 신부님

 


4월 기도 지향: 평화와 비폭력의 문화

 


국가와 시민이 무력에 의존하지 않고 평화와 비폭력의 문화를 널리 퍼

뜨리도록 기도합시다.

 


한참 이슬람 극단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1993년 알제리에서 일군의 이

슬람 극단주의 전사들이 트라피스트 수도원을 찾아왔습니다. 당시 이들

은 이미 수도원에서 3km 떨어진 곳에서 12명의 크로아티아인들을 살

해했기에 분위기는 매우 긴장된 상태였습니다.

 


극단주의 전사들은 수도원의 크리스티앙 드 셰르제 원장 신부님에게

의약품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서 드 셰르제 신부님은 거절했습니다.

행히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수도자들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떠났습니다. 드 셰르제 신부님은 당시 복잡했던 심경을 일기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내가 그를 위해 무슨 기도를 할 수 있을까? 나는 하느님께 그를 죽여

달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는 청할 수 있다. 그를 무장해제시

켜달라고. 하지만 나 자신에게 묻는다. 과연 나는 그를 무장해제시켜

달라고 청할 권리가 있을까? 오히려 나 자신과 우리 공동체를 무장해

제시켜달라고 청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드 셰르제 신부님의 일기에 담겨 있는 성찰은 매우 묵직한 깊이가 있

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불의한 것을 판단하고 심지어 그

불의를 바로 잡아달라고 청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빠져 있는 것은 우

리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화와 분노입니다.

 


우리가 평화와 비폭력을 이야기할 때에는 단순히 자신의 의견과 의지

를 실행하는 수단을 논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마음의 풍경은 과연

어떠한가? 우리 영혼은 과연 어떤 상태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가가

더 본질적입니다.

 


드 셰르제 신부님이 이런 깊이있는 성찰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가

청년 시절 한참 피비린내나는 알제리 독립전쟁의 한 가운데에 징집병

으로 참전했던 과거가 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징집병으로 알제리에 파견되었고 어느날 동료와 함께

순찰도중 알제리 독립을 위해 싸우는 무장 게릴라의 습격을 받게 되었

습니다. 동료는 이미 사살되었고 곧 무장 게릴라가 그를 처형하는 순간

알제리 경찰관이 개입하여 이 사람은 신을 믿는 사람이다.’이라고 증언

하며 처형을 중단시켰습니다.

 


이렇게 간신히 살아난 드 셰르제 신부님은 곧 자신을 살려준 알제리

경찰관이 바로 그 행위로 인하여 다음날 게릴라에 의해 마을 거리로

끌려나와 총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건은 그의 영혼

에 깊은 자국을 남겼고, 그는 수도자가 되어 무슬림과 알제리를 위해

살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나중에 수도사제가 되어 알제리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

는 무슬림과의 종교간의 대화를 추진하였는데, 그 모임의 이름이 리밧

알 살람-평화의 자리-이라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드 셰르제 신부님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이렇습니다. 과연 나는 온

유하고 부드러운 평화의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가? 매체를 통

해서 접하는 온갖 화나는 상황에서 나는 공감과 자비의 시선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고 이해하고자 애쓰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이 사회가

좀 더 온화한 소통과 대화로 서로를 이해해 나가도록 애쓰고 있는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평화와 비폭력은 단지 수단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 마음의 자세, 영혼의 풍경을 반영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우리

는 계속해서 기도속에서 우리가 하느님이 우리를 바라보는 그 시선으

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고자 청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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