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교황 프란치스코의 2023년 10월 기도지향 성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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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교황님 기도지향 성찰문 - 시노드 - 정홍철 수사
10월 기도 지향: 시노드
교회가 모든 차원에서 경청과 대화를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여
세상의 변방을 향한 성령의 이끄심에 자신을 내어 맡기도록
기도합시다.
필리핀 마닐라의 아테네오 데 마닐라 학교 캠퍼스 안에 있는
EAPI(동아시아사목연수원)에는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봉사에 열린
사람들을 위한 여러 연수 과정이 있습니다.
과정의 참가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온 평신도와 성직자 및 수도자
로서, 다채로운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진 형제자매들이 함께 우애
를 나누며 각자의 사명과 봉사를 성찰하고 심화합니다.
저는 올 상반기 선교를 위한 사목적 리더십과 관리(PLMM) 연수
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그 연수에서 제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당신이 창조하신 모든 것 안에서
일하시고 수고하시는 하느님을 보다 깊이 의식할 수 있게 된 것
입니다.
하느님 현존에 대한 이 감각은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로부터 더
큰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게 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각자의 고유한 품위와 소명에 따라 교회의 사
명에 동참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민족 가운데에서 불러 모
으신 당신 형제들에게 당신의 성령을 주시어 신비로이 당신의 몸
을 이루셨습니다(교회 헌장, 7항). 여기서 특별히 저는 '신비로이'
라는 구절을 주목하게 됩니다.
신비는 인간의 힘이나 지혜를 뛰어넘는 어떤 것을 대할 때 우리
가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서, 우리의 개방적인 태도를 전제합니다.
만일 우리가 어떤 대상을 이미 다 알고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그
로부터 더 이상 신비를 발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가
대상에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의 신비는 언제
까지나 감추어져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계속해
서 하느님의 신비에 자신을 개방하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끌고
계신다는 것을 더 잘 의식할 수 있을까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21년 10월 9일 토요일 세계주교시노드 개
막 연설에서 이 시노드가 성령의 때가 되기를 바라며 다음과 같
이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성령, 곧 하느님의 늘 새로운 숨결이 필요하기 때문입니
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온갖 구속에서 풀어 주시고 죽은 것을
되살리시며 사슬을 풀어 주시고 기쁨을 널리 퍼뜨려 주십니다. 성
령께서는 우리 자신의 생각이나 개인적 기호가 이끄는 곳이 아니
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곳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십니다."
하느님의 숨결은 우리에게 개방을 요구합니다. 친교와 사명의 근
원이신 성령께서는 우리가 그 부르심을 듣고 용기를 내어 함께
걸어가기를 바라십니다.
그리고 지금 교회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기 위한 그 방법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 바로 경청과 대화입니다. 이 대화는 내가 원하
는 사람과만 나누는 것이 아니며,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취사
하여 듣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아름답지만 말하지 못하고 과거로 가득하지만 미래가 없
는 ‘박물관 교회’에서 안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경청과 대화 안에서 새로운 초대들에 자신을 개방할 때 우리는
비로소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도록 우리를 격려하고 계시
는 신비스러운 성령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개방적 태도를 취하기 위해 우리는 성 이냐시오로부터 도
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는 영적 식별을 위한 준비로서 하느님
외에는 어느 것에도 기울지 않는 자유로움을 전제합니다.
이냐시오 성인이 "우리가 자기 사랑, 자기 의지, 자기 이권에서 멀
리 떨어질수록 모든 영신 사정에서는 더욱 진보할 것"(영신수련,
189번)이라고 말한 것은 우리가 하느님께 우리 자신을 온전히 내
어드림으로써 그분과 이루게 될 일치를 말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인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려는 우리가 성령의 움직임에 보다
깊은 주의를 기울이고, 자신의 선호에 집착하지 않으며, 우리 자
신과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
을 더욱 깊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우리에게 전해 줍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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