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아침산책길에
바르톨로메오 바르톨로메오
2017-08-2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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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 중이었다.
길옆 화단 키 낮은 나무의 이파리에 매미 한 마리가 앉아 있다.
간밤에 내린 비를 맞고 지친 듯 생기를 잃은 매미였다.
도심 공원 숲에서 많이 보았던 말매미, 이른 새벽까지 귀청을 울리던 매미였는데 기온이 한풀 꺾이면서 왕성했던 울음도 그쳐버린 그 말매미였다.
안쓰러운 마음에 말매미를 손바닥에 올려놓는데 금세 힘을 주어 날아 가 버리는데 먼 곳으로 날아갔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 내 바짓가랑이에 앉아 버린다.
올 여름 뙤약볕을 처절하게 싸워 이겨내고 마지막 생을 다하는 순간 내 바짓가랑이를 붙들어 버리는 것 아닌가.
하찮은 미물이지만 긴 여름을 큰 울음으로 함께했는데 생의 마지막 길에서 내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니 짠한 감정(?)이 생긴다.
빗물을 흠뻑 머금고 있는 회양목 울타리에 살며시 올려놓아 주고 가던 길로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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