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교황 프란치스코의 2023년 3월 기도지향 성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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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교황님 기도지향 성찰문 - 박경웅 신부님
학대의 피해자들
교회 구성원들에게 받은 피해로 고통받는 이들이 바로 교회 안에서 자
신들의 아픔과 고통에 대한 구체적인 응답을 찾도록 기도합시다.
약자에 대한 학대와 착취, 특히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은 역사적으로
거의 모든 문화와 사회에서 자행되어 왔지만, 비교적 최근에서야 제대
로 다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된 덕분입니다. 과거에는 그런 문제가 벌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도 이에 대해 말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요즘 발표되
는 미성년자 성폭력 실상에 대한 통계도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는
못합니다. 많은 사건들이 보고되지 않고 숨겨지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이 직접 소리 내어 도움을 청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수치심
과 정신적 충격, 보복 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 다양한 형태의 죄책감,
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 때문에 주저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설이나 전문가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적인 학대로 인한 고통은 피해자의 삶을 비
참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자살로 내몰거나 자신이 당한 행위를 다른
사람에게 저지르게 하여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아동 성학대라는 범죄는 비극적이게도 세상 어
디서나 벌어지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보편적인
문제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악행이 교회 내에서 벌어질 때 그것이
얼마나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일인지 분명하게 깨닫고 있어야 합니다.
이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범죄가 교회 내에서는 더욱 더 심각하고 가증
스러운 추문이 됩니다. 교회가 지닌 도덕적 권위 및 윤리적 신뢰성과는
결코 양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영혼을 구원으로 이끌도록
하느님이 선택하시고 축성하신 이들이 자신의 나약함이나 병에 지배당
하여 사탄의 도구가 되어 저지르는 학대 행위에서 우리는 어린이의 순
진무구함마저도 내버려두지 않는 악의 손길을 봅니다.
악이 가장 폭력적으로 공격하는 대상은 가장 취약한 이들입니다. 이들
이 바로 예수님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겸손과 용
기로써 이러한 악에 맞서 일어나야 합니다.
교회는 사회법 및 교회법 절차와 징계 조치를 통해서 이러한 심각한
학대 사건을 근절하고 교회 안팎에서 자행되는 이 현상에 단호하게 맞
서야 할 필요성을 점점 더 절감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작은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이들을 게걸든 이리 떼로부터 보호해야 할 사명을 지니
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러한 사명의 중심부를 강타하는 이 악과 맞서
싸우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분명히 말합니다. 교회 안에서 학대가 단 한 건이라도 발생한다
면 그 사건은 최대한으로 엄중하게 다루어질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 자
행된 성폭력에 대하여 사람들이 느끼는 정당한 분노에서 교회는 당신
이 축성하신 사람들에 의해 배반당하고 모욕 받으신 하느님의 분노하
심을 봅니다.
아버지다운 사랑과 영적인 가르침을 받기는커녕 고문을 당한 이 작은
이들의 침묵의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입니
다. 이들의 울부짖음은 위선과 권력으로 무디어진 사람들의 마음을 뒤
흔들 것입니다.
이러한 범죄 현상의 실존적인 의미는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악한
영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이러한 영적인 차
원을 고려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진실과 동떨어진 채 진정한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앞에는 뻔뻔하고 공격적이며 파괴적인 악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뒤에는 교만하게도 스스로를 세상의 주인이라고 여기는 악한 영이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겸손과 자기
반성, 기도와 보속이라는 영적 무기로 무장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손수
보여주신 것처럼 이것이 악한 영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교회의 목표는 학대 받고 착취당하며 잊혀진 어린이들이 어디에 있든
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을 지키고 보살피는 것입니다.
국제적인 차원과 교회 차원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필요한 모든 조치
를 채택함으로써 인류 전체에서 이 악행을 뿌리 뽑기 위하여 우리 모
두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 2019년 2월 24일 바티칸에서 열린 “교회 내 미성년자 보호”에 관한
회의 마지막 날 미사 말미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행하신 연설을 요약
정리하였습니다.
성경구절: “이와 같이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잃어버리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다.”(마태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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