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교황 프란치스코의 2023년 4월 기도지향 성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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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교황님 기도지향 성찰문 - 김민 신부님
4월 기도 지향: 평화와 비폭력의 문화
국가와 시민이 무력에 의존하지 않고 평화와 비폭력의 문화를 널리 퍼
뜨리도록 기도합시다.
한참 이슬람 극단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1993년 알제리에서 일군의 이
슬람 극단주의 전사들이 트라피스트 수도원을 찾아왔습니다. 당시 이들
은 이미 수도원에서 3km 떨어진 곳에서 12명의 크로아티아인들을 살
해했기에 분위기는 매우 긴장된 상태였습니다.
극단주의 전사들은 수도원의 크리스티앙 드 셰르제 원장 신부님에게
의약품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서 드 셰르제 신부님은 거절했습니다. 다
행히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수도자들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떠났습니다. 드 셰르제 신부님은 당시 복잡했던 심경을 일기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내가 그를 위해 무슨 기도를 할 수 있을까? 나는 하느님께 그를 죽여
달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는 청할 수 있다. 그를 무장해제시
켜달라고. 하지만 나 자신에게 묻는다. 과연 나는 그를 무장해제시켜
달라고 청할 권리가 있을까? 오히려 나 자신과 우리 공동체를 무장해
제시켜달라고 청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드 셰르제 신부님의 일기에 담겨 있는 성찰은 매우 묵직한 깊이가 있
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불의한 것을 판단하고 심지어 그
불의를 바로 잡아달라고 청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빠져 있는 것은 우
리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화와 분노입니다.
우리가 평화와 비폭력을 이야기할 때에는 단순히 자신의 의견과 의지
를 실행하는 수단을 논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마음의 풍경은 과연
어떠한가? 우리 영혼은 과연 어떤 상태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가가
더 본질적입니다.
드 셰르제 신부님이 이런 깊이있는 성찰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가
청년 시절 한참 피비린내나는 알제리 독립전쟁의 한 가운데에 징집병
으로 참전했던 과거가 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징집병으로 알제리에 파견되었고 어느날 동료와 함께
순찰도중 알제리 독립을 위해 싸우는 무장 게릴라의 습격을 받게 되었
습니다. 동료는 이미 사살되었고 곧 무장 게릴라가 그를 처형하는 순간
알제리 경찰관이 개입하여 ‘이 사람은 신을 믿는 사람이다.’이라고 증언
하며 처형을 중단시켰습니다.
이렇게 간신히 살아난 드 셰르제 신부님은 곧 자신을 살려준 알제리
경찰관이 바로 그 행위로 인하여 다음날 게릴라에 의해 마을 거리로
끌려나와 총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건은 그의 영혼
에 깊은 자국을 남겼고, 그는 수도자가 되어 무슬림과 알제리를 위해
살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나중에 수도사제가 되어 알제리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
는 무슬림과의 종교간의 대화를 추진하였는데, 그 모임의 이름이 리밧
알 살람-평화의 자리-이라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드 셰르제 신부님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이렇습니다. 과연 나는 온
유하고 부드러운 평화의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가? 매체를 통
해서 접하는 온갖 화나는 상황에서 나는 공감과 자비의 시선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고 이해하고자 애쓰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이 사회가
좀 더 온화한 소통과 대화로 서로를 이해해 나가도록 애쓰고 있는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평화와 비폭력은 단지 수단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 마음의 자세, 영혼의 풍경을 반영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우리
는 계속해서 기도속에서 우리가 하느님이 우리를 바라보는 그 시선으
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고자 청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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