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교황 프란치스코의 2023년 2월 기도지향 성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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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프란치스코의 2023년 2월 기도지향 성찰문
- 본당들 - 지형규 신부님
2월 기도 지향: 본당들
본당들이 친교를 중심으로 하여 더욱더 신앙과 형제애 그리고 가장 가
난한 이들을 향한 환대의 공동체가 되도록 기도합시다.
여러분들은 ‘본당’하면 무엇이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누군가가
“‘본당’이란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한다면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저에
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성당 건물의 이미지인 것 같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본당’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신이 속한 성
당 건물을 먼저 떠올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는 정답이 아닙니다.
이러한 건물의 이미지는 본당의 본질을 담지 못합니다. 우리가 본당을
정의하려면 건물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무언가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무
엇일까요?
본당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공동체”[1]입니다. 곧, 본당이란 특정 지
역의 그리스도인들, ‘본당 신자들’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마치 예수님께
서 세우신 가톨릭교회가 성당 건물들을 의미하지 않고, 전체로서의 하
느님 백성을 의미하는 것처럼, 본당 역시 건물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
있는 하느님 백성을 의미합니다.
온 세상에 퍼져 있는 가톨릭교회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구체적으
로 구현된 형태가 바로 본당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매일 미사를 나오
시는 할머니, 복사를 서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새벽에 일어난 꼬마,
누구보다 성당에 먼저 나와 제대 봉사하시는 자매님, 그리고 본당에서
이분들은 반갑게 맞이하는 수도자와 사제까지. 이 그리스도인들 한 분
한 분이 모인 공동체가 바로 본당인 것입니다.
본당에 대한 교황님의 말씀을 들어봅시다.
“본당은 그 지역에서 사는 교회의 현존이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리스도인 생활이 성장하는 장소이며, 대화와 선포, 아낌없는 사랑 실천,
그리고 예배와 기념이 이루어지는 장소입니다.[2]”
교황님 말씀처럼 본당은 해당 지역에 드러난 보편 교회의 현존이고,
무엇보다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 말씀을 듣고 예배를 드리며 사랑을
실천하는 곳입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본당은 ‘친교’의 공동체라 표
현할 수 있겠습니다.
교회가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름으로 모인 친교의 공동체인 것처럼, 본
당 역시 특정 지역에서 구현된 친교의 공동체입니다. 친교Koinonia의
본래 뜻은, ‘좋은 것을 함께 나누다’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나누
는 ‘가장 좋은 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러므로 본당은 “말씀
이신 그리스도”와 “그분의 몸”을 나누는 공동체로서, 본당활동의 중심
에는 언제나 ‘미사’가 있습니다. 미사에서 우리는 하느님 말씀을 듣고,
또 성체를 모심으로서 그리스도교적 친교를 나눕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가 교회 그 자체를 위하여 있지 않고, 온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기 위해 있는 것처럼, 각 지역에 있는 본
당들 역시 본당 자체를 위해 있지 않고, 본당이 위치한 그 지역에 하느
님 나라를 선포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교회가 그 특성상 ‘선교적’인 것처럼, 본당도 선교의 공동체입니다. “너
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지역 공동체로서의 본당은, 그 지역의
선교사가 모인 곳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본당신자들 모두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일상에서 실천한다면,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선교사입니다. 교황님 표현을 빌리자면, “세례 받
은 모든 신자가 선교사”[3]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활동을 통하여 본당 사목구는 그 구성원들이 복음 선포자가
되도록 격려하고 교육합니다. 본당 사목구는 공동체들의 공동체이고,
길을 가다가 목마른 이들이 물을 마시러 오는 지성소이며, 지속적인 선
교 활동의 중심지입니다.[4]”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처럼, 본당은 길을 가다가 목마른 이들, 특히
진리에 목마른 이들이 와서 생명의 물인 그리스도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주변엔 언제나 진리와 사랑을 갈구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본당이
바로 이들에게 목을 축일 수 있는 생명의 샘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본당이 위치한 지역의 가난한 이들이 본당에서 따뜻한 환대를 느낄 수
있다면, 본당은 이 모습 자체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것입니다.
이번 달에는 교황님과 함께 본당들을 위해서 기도하도록 합시다. 특히
본당을 구성하고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삼위일체 하느님의 친교를
닮아, 환대의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도록 합시다.
[1] 교회법 515항, 제 515 조 ① 본당 사목구는 그 사목이 교구장 주교
의 권위 아래 고유한 목자로서의 본당 사목구 주임에게 맡겨진 개별
교회 내에 고정적으로 설정된 일정한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공동체이다.
[2] 교황 프란치스코, 「복음의 기쁨」 28항.
[3] 교황 프란치스코, 「2019년 전교주일 담화문」 중에서.
[4] 「복음의 기쁨」 28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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