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교황 프란치스코의 2022년 1월 기도지향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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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프란치스코의 2022년 1월 기도지향 해설
1월 : 참된 형제애
종교 차별과 박해로 고통받는 모든 이가, 인류 가족 안의 형제자
매로서 지니는 고유한 권리와 존엄을 인정받도록 기도합시다.
창세기 4장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읽어보셨을 것입니
다. 형이 동생을 질투한 나머지 동생을 죽이는 끔찍한 죄에 대
한 이야기이죠.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살인의 이야기이자, 인간
의 악한 마음이 어떠한 끔찍한 결과를 불러오는지를 보여주는 이
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형제 살인의 이야기는 단지 성경
이 전해주는 ‘우화’가 아닙니다. 오늘날에도 카인과 아벨의 이
야기가 이 지구에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박해와
차별, 전쟁을 바라봅시다. 이 모두가 오늘날의 카인과 아벨의 이
야기는 아닐까요? 세상의 여러 갈등들, 예컨대 종교, 정치, 민족
과 나라 간의 갈등 등은 복잡한 기원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원형은 카인과 아벨 이야기와 무척 닮아 있습니다. 형제를 형제
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우리가 모두 하느님의 피조물이며 지
구라는 공동의 집에 사는 한 가족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선진국들과 미국에서 벌어지는 난민 논쟁을 보셨을 것입
니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난민들에 대한 혐오과 두려움 때
문에 그들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더 높은 담을 세워야 한다는 목
소리들이 여전히 강합니다. 이는 비단 유럽과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2018년 제주도에 예멘 난민들이 입국했을
때, 온갖 혐오의 목소리가 가득했습니다.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하거나, 그들이 한국에 오면 한국을 이슬람화 시킬 것이라는
말들, 또 그들이 절도나 강간을 일삼는다는 근거 없는 혐오 발언
도 서슴치 않았던 그때가 기억이 나십니까. 난민 수용에 반대하
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70만명을 넘었다고 하니,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는 지금 한국 사회에도 예외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
다. 한국은 전쟁까지는 아니었지만, 결국 이러한 혐오는 극대화
되었을 때 전쟁이라는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께서는 인간 마음 속의 증오와 오늘날 세상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의 관계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 인간 공동체는 기억으로든 실재로든 전쟁과 분쟁이 남긴
상흔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점점 더 큰 파괴력을 지니는 전쟁과
분쟁은 특히 가난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에게 끊임없는 피해를 주
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수많은 이들의
존엄성, 신체적 온전성, 종교의 자유를 포함한 자유, 공동체 연
대, 미래에 대한 희망이 무시당하고 있습니다. 많은 무고한 희생
자들은 모욕과 배척, 슬픔과 불의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국내외 분쟁의 참상은 흔히 무자비한 폭력으로 증폭되고 인간의
육체와 정신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칩니다. 모든 전쟁은 인류 가
족의 사명으로 새겨진 형제애를 파괴하는 일종의 형제 살해입니
다.
흔히 전쟁은 타인의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불관용에서 시
작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관용이 소유욕
과 지배욕을 조장하는 것입니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 안에 있는
이기심, 교만, 증오에서 비롯됩니다. 그러한 인간의 마음은 파괴
로 이끌며, 타인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그들을 배척하며 없애
버리도록 몰아갑니다. 전쟁은 관계의 왜곡, 패권 장악의 야망,
권력 남용, 타인에 대한 두려움, 다양성을 장애물로 보는 시각으
로 부추겨지며, 동시에 이 모든 것을 악화시키는 것도 전쟁입니
다.”[1]
교황님께서는 “하느님께서는 모든 인간을 동등한 권리와 의무
와 존엄성을 지니도록 창조하시고 형제자매로 함께 살아가도록
모든 인간을 부르셨습니다.”[2]라는 신앙의 근본을 상기시켜 주
시면서 이웃을 하느님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회심으로 우리를 초
대하십니다. 또한 “우리 인간이 모두 형제자매라는 확신은 추상
적인 생각으로만 머물러 있지 않고 실질적으로 구현되어야 합니
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우리의 일상에서 타인을 형제로 받아들
이는 회심과 사랑의 여정을 실천하도록 초대하십니다.
이번 달에는 이 땅에서 차별과 박해로 고통받는 이들이 권리와
존엄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그리하여 온 세상 모든 이가 서로를
하느님 안에 형제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교황님과 함께 기도하도
록 합시다. 아멘.
[1] 교황 프란치스코, “제53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중에서
[2] 프란치스코⋅아흐메드 알타예브, 공동선언 “세계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간의 형제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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