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교황 프란치스코의 2021년 9월 기도지향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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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프란치스코의 2021년 9월 기도지향 해설
보편 지향: 지속 가능한 생태적 생활양식
우리 모두가 검소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적 생활양식을 용기 있게 선택
하고, 이를 위하여 확고히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기뻐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5년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라는 회칙을
발표하셨습니다. 그 내용은 심각한 환경오염과 그로 인한 전 인류의 위
기와 고통을 전하면서, 우리 모두에게 생태적 회심을 요구하는 것입니
다.
그 구체적이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의 '버리는
문화'는 인류 공동의 자원을 엄청나게 낭비하고 있고, 이는 불평등의
초래 및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여, 물 부족 등 인류 생존에 강력한
위협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피해는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과 계층에서부터 이미 발생하고
있는데, 따라서 교황님은 이를 명백한 악이자 죄라고 규정하십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바라보지 못
한 채 여전히 낭비의 문화를 지속하고 있는 인류에게, 본 회칙은 생태
적 회심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생태적 회심. 이번 달 교황님의 보편지향기도 성찰문을 준비하며, 저
는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마음이 크게 올라왔습니다. '버리는 문화'의 폐
해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굶주리고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만한 어떤 생태적인실천도 하지 않은 채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성찰해 보니, 생태적인 삶을 위해서 의지적으로 무언가 실천했던 일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무엇을 해야하는지 몰랐던 것이 아니라, 오직 저
의 편안함만을 좇았기 때문입니다.
부끄러움이 더 강하게 올라온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수도회에 입회
하기 전에, 생태적 생활양식을 강조하는 피정에 다녀온적이 있습니다.
뜻있는 젊은 분들이 모여 만든 2박 3일간의 피정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마지막 순서로 세가지 다짐을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신앙
에 대한, 다른 하나는 이웃 봉사에 대한,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태적 회
심에 대한 다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첫번째와 두번째 다짐으로, 매일 복음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것과
매달 한 번 이상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생태적
회심으로는, '내 손으로 과자를 사먹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우
스워 보일 수 있겠지만, 제가 무척이나 과자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
럽게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 상당한 양의 쓰레기를 배출하며 지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오늘날까지 첫번째와 두번째 다짐은 그럭저럭 지켜온 것 같
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세번째 약속은 약속은, 피정이 끝난 바로 그날
어기게 되었습니다. 피정집에서 나와 편의점을 보자마자 이 약속을 까
맣게 잊은 채 바로 과자를 사먹은 것이죠.
그동안 쭉 그래왔던 것처럼 별다른 생각없이 말입니다. 그렇게 한참 과
자를 먹다가 순간 다짐했던 것이 떠오르기는 하였지만, 결국은 그 다짐
을 잊어버린 채 지금까지 거리낌 없이 맘껏 과자를 사 먹으면서 지내
온 것입니다.
이번 달 교황님 기도지향 성찰문을 준비하며 이러한 성찰과 부끄러움
속에서, 과자를 먹지 않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짐을 나름대로 두 달 가까이 지켜오고 있습니다. 함께 사는 형제
들은 처음에는 좀 의아해 하였지만, 감사하게도 저의 그런 다짐을 존중
해주고 또 칭찬하고 격려해 주기까지 하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다짐과 실천만으로 온전한 생태적 회심에 이르기에는, 너
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삶
의 방식을 생태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말입니다. 바꾸어야 할 '버리는
문화'의 습관들이 여전히 많은 것이죠.
그렇지만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는 생각도, 어쩌면 어리석은 교만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러다가는 결국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또 다시 '버리는 문화'에 빠져 지내기 쉽기 때문입니다.
부끄럽지만 조심스럽게, 우리 모두가 나름대로 작은 생태적 다짐을 세
우고 실천해 갈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이 비록아주 작은 일일
지라도, 더 깊은 생태적 회심으로 우리를 이끌어줄 출발점이 될 것입니
다. 그렇게 우리 모두가 환경오염으로 인해 인류에게 닥친 위협에 함께
대처해나가기를 소망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저는 이 작은 다짐을 실천하면서 공동체 형제들
로부터 많은 격려와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것이 제가 다짐한 것을 그동
안 지켜올 수 있던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이번 달 교황님의 기도지향에 참여하며, 생태적 생활양식을
위해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기억하고 또 그들을 격려해 주면 좋겠습니
다.
또한 환경오염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을 가난한 이들을 기억하며, 우리
모두가 각자만의 방식으로 작지만 하나씩 하나씩 생태적 회심을 다짐
하고 실천해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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