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가벼운 지갑
강철웅 바르톨로메오
2025-08-0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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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둔 바지가 밤새 없어졌다.
어제저녁 내가 잠든 사이 아내(소화 데레사)가 세탁하기 위해 걷어간 것이다.
“바지 속에 지갑은”하고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 둔 지갑을 챙겼다.
“지갑 속에 흔해 빠진 오만 원짜리는 없고 만 원짜리 한 장, 오천 원짜리 두 장, 천 원짜리 석 장이 들었더라며 아무리 나이 든 노인이지만, 남자 지갑인데 이렇게 가벼워서 되겠느냐.”면서 지갑 속에 오만 원짜리 석 장을 넣어준다.
싱글벙글 좋기도 하지만, 내 지갑에는 항상 나를 보증하는 주민증과 신용을 바탕으로 큰돈까지도 꺼내쓸 수 있는 신용카드, 그리고 열흘 전에 받은 민생 회복 소비 쿠폰이 있어 어디를 가도 돈 없어 굶어 죽지는 않는데 아내의 눈에는 어설프고 가련해 보였던 모양이다.
젊을 때와 달리 뒷방 신세라 지갑을 열고 돈을 꺼낼 기회가 별로 없다.
어쩌다가 친구들과 어울려 점심이라도 같이 먹을 양이면 그때도 신용카드가 밥값을 대신 내니 지갑은 항상 비어있다시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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